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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대 교정일기

[구강악안면외과 발품팔기] 대학병원 악교정수술 상담후기

by 무무의하루 2019. 5.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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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 선교정을 시작하면서부터 교정치과와 협의했던 게 수술 시기였다. 

치과의사는 내 상황을 고려해 교정 4개월 정도 후에 수술할 수 있도록 최대한 맞춰주겠다고 했고, 나는 그 말을 철썩같이 믿고 수술 병원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여름, 겨울방학 시즌에는 학생들이 몰리는 최대 성수기이므로 인기 있는 종합병원의 경우에는 상담도 2달 전부터 예약해야 한다는 글들을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수시로 들락거리는 온라인 교정카페를 들어가 절대 가면 안될 곳들을 먼저 걸러냈다. 

브로커가 심하게 홍보글을 올 리는 곳이거나 카페 후기를 통해 사람들이 절대 비추하는 곳들을 먼저 체크했다.

개인병원인 건 상관없으나 병원에 '구강악안면외과 전문의'가 상주하지 않은 곳도 제외했다.

언론에선 양악수술이 그렇게 위험하다는데, 세상에, 양악수술을 하는 병원은 왜 이렇게 많은 건지.

나는 무분별한 정보의 홍수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악교정수술(양악수술, 하악수술) 병원 선택시 체크사항 (개인의견)
-수술 경험이 풍부한 구강악안면외과 전문의가 있을 것
-마취전문의 상주할 것 
-의사와의 교감(권위적인 의사는 비추. 수술에 대한 위험과 부담감에 대해 환자에게 잘 설명해줄 것)
-1군데만 가지 말고, 최소 2곳 이상은 상담하여 결정할 것(그래야 비교 가능) 
-수술법에 대해 병원마다 다를 수 있으므로 반드시 부작용, 단점에 대해 확인할 것 

지역에 사는 한계가 있었고, 모든 병원을 모두 다녀볼 수 없는 노릇이었다.

교정치과에 몇 군데 추천을 요청드렸고, 병원에서 협진 가능한 곳들을 우선 챙겨주셨다.

치과 추천 병원과 내가 리스트업 해준 병원이 일치한 곳은 대학 종합병원이었다.


chapter 1. 악교정 수술을 위한 상담을 시작합니다. 

중앙대병원 턱얼굴클리닉 홈페이지에 접속해 상담예약을 했더니, 하루 정도 지나 예약 전화가 왔다.

예약 당시 2주 정도 뒤로 예약일을 요청했으나, 가장 빠른 상담일은 한 달 뒤였다. 

그것도 교수님이 외래가 없는 일정을 맞추다 보니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상담에는 2가지가 있다. 나처럼 수술 병원을 알아보기 위한 일반상담과 수술을 위한 정밀상담.

정밀상담의 경우에는 수술을 앞둔 1,2주 전에 진행된다고 한다. 

병원 선택을 위한 상담에서도 담당 교수님과 면담을 하고, 치아본을 뜨므로 아직 병원을 결정하지 않았다면 일반상담을 받아보는 게 좋다.

 

병원에 도착해서 차트를 작성하고, 교수님과의 면담을 기다렸다. 

어찌나 떨리던지, 긴장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마침내 내 이름이 불리고, 교수님을 뵈러 갔다.

 

당시 병원에 내원할 때만 해도 교정한 지 채 2개월이 안된 시점이었으나 수술은 2개월 후를 원하고 있고, 가능하면 하악수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나는 3급 부정교합에 개방교합, 주걱턱 증상을 가지고 있다.

 

"개방교합은 하악수술을 할 경우, 재발 가능성이 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내 치아를 이리저리 살펴보시더니, 개방교합이므로 하악수술을 선택할 경우에는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며 양악수술을 권했다. 3급 부정교합일 경우, 하악수술만으로도 개선되는데 개방교합일 경우에는 병원에서도 양악을 권한다고 익히 찾아보고 간 상태였다. 양악인지, 하악인지는 수술 정밀상담 때 최종 결정할 수 있다고 지금 단계에서 단정해서 말하긴 어렵다고 하셨다.

 

나는 미용을 목적으로 하는 수술이 아니고 기능 개선에 목적을 두고 있으므로 하악수술을 해도 되는 거면 하악수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치과에서도 수술량이 염려되긴 하나, 우선은 하악수술을 생각한다고 말씀드렸다. 

 

교수님은 교정 경과를 지켜보자고 하셨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수술 시기.

"현 상태에서 2달 후에 수술하는 건 무리로 보인다. 아직 하악 교정기를 부착하지 않고, 상악만 교정 중인데 펴야 할 치아들이 많이 남은 상태다. 큰 수술이고 무리해서 할 일은 아니다. 충분히 1년 정도 선교정을 한 후 수술하는 게 환자에게도 좋다." 

 

아. 이 좌절감. 

"치과에서는 가능하다고 하셨는데요?"

"자세한 건 조금 있다 본을 떠보고, 가능 여부는 전화드릴게요. 그러나 추천하지 않습니다." 

 

너무 상심해서 준비해 간 다른 질문들도 못할 뻔했다. 개인적인 일정 상 수술 시기를 앞당겨 할 수 있다고 해서 너무나 좋아했는데 병원에서 안된다고 하니, 너무 낙담했다. 

 

가장 염려스러웠던 부작용에 대해서 여쭤봤다.

악교정수술의 가장 큰 부작용은 신경마비다. 사망 이런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고서야, 수술 후에 찌릿찌릿하거나 턱끝, 볼 등에 신경마비가 생겨 고통스럽다는 글들을 심상치 않게 봐왔다. 

 

"신경마비는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사람에 따라 부작용이 다르다. 심한 경우 신경마비 부작용이 5,6년씩 가능 경우도 있지만 대개 보통의 경우에는 몇 달 후면 돌아온다. " 

 

개인차가 있으므로 그 어떤 것도 확신할 수 없는 문제라고 했다. 

교수님과의 면담은 10분도 채 안 걸렸다. 수술 가능 여부는 모형 확인 후 일주일 이내 전화를 준다고 했다. 

교수님과 면담을 끝내고,  상담실장님과 또 면담을 했다. 수술일정이나 행정적인 것들에 대해 협의하는 시간인듯했다.

나는 한 번 더 수술일정에 대해 말했으나, 수술할 상태가 준비되지 않으면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리고 이어진 사진 촬영과 본뜨기.

아. 교정기를 낀 상태로 본뜨는 건 정말 최악으로 괴로웠다. 교정장치로 인해 안 그래도 치아가 아픈 상태였는데, 교정기에 단단히 밀착시키는 본을 떼내는 순간 악! 소리가 절로 나왔다. 눈물도 핑 돌았다. 어찌나 아프던지. 

(나는 오후에 다른 병원 상담도 앞두고 있어서, 이 아픈 짓을 한 번 더 해야 한다는 생각에 절망했다.)

 

본뜬 모형을 보고, 내가 원하는 수술 시기에 수술할 수 있을지 여부를 결정하고 전화를 준다고 했다.

교수님 상담을 포함하여 병원 진료는 30분 남짓 걸렸다.

 

 

chapter 2. 악교정 수술 상담 느낀점

교수님은 권위적이지 않고, 잘 설명해주셨으나 다음 환자들이 많은 관계로 충분한 상담을 받긴 어려웠다. 

주로 질의응답을 했는데, 인터넷으로 조사했던 것들을 교수님이 재차 확인해주는 정도였다.

나처럼 하악수술을 원할 경우, 일반 상담만으로 답변을 듣기는 어렵다. 

 

병원을 나서는데, 허탈했다. 

수술할 수 없구나. 나는 그럼 몇 달을 더 교정해야 하는 거지?

내 일정들은 또 어떡해야 하나. 

 

전화를 준다고 하셨지만, 교수님의 단호한 어조에서 2달 후 수술은 불가라는 느낌을 받은 후였다. 

서두른다고 될 일은 아니지만, 원하던 긍정적인 답변이 아니라 실망스러운 건 어쩔 수 없었다. 

 

무거워진 마음으로 병원을 나섰다.

오후엔 다음 병원 상담이 기다리고 있었다. 

 

지방 사는 자의 설움, 하루에 몰아서 병원 투어를 해야 한다는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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