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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대 교정일기

[치아 선교정 7일차] 도대체 먹을 수 있는게 뭐야?

by 무무의하루 2019. 5.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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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교정 수술을 위한 선교정을 시작하고 일주일 동안은 처참했고, 분노했고, 절망했고, 참으로 슬펐다.

가장 많이 한 생각은 "아, 그냥 생긴 대로 살 걸 그랬나. 이 짓을 2년이나 해야 한다고?"였다.

 

치과에서도 첫날이 그나마 덜 아픈 거라고 하더니,

나는 치과진료를 받고온 그날부터 3일 동안 내내 진통제를 먹어야 했다.

치아의 욱씬거림이 생각보다 심했고, 교정기의 철사 진동(?)이 들리는 것처럼 찌릿한 게 마냥 고통스러웠다.

치아 상황이 이럴진데, 음식을 먹는다는 건 정말 언감생심.

 

그렇다고 굶어 죽을 순 없으니,

뭘 먹어야 하나 싶어, 다른 분들은 뭘 먹나 싶어, 검색해보니.

 

'우유에 푹 적신 카스테라'

'바나나를 갈아서 먹어요'

 

그나마 상황이 더 좋은 분들은 죽을 먹더라.

 

잠시 고민하다, 죽을 사러 갔다.

우리 동네엔 맛있는 전북죽 가게가 있다.

포장을 해와, 먹으려다 말고 열심히 전복을 가위로 난도질했다.

볶음밥에 넣는 것처럼 전복을 난도질했으니, 먹을 수 있을 줄 알았지

아. 전복이 오징어처럼 질긴 음식이고 재료였던가???

 

1만5천원이나 주고 산 전복죽은 처절하게 외면당했다.

잔뜩 성난 치아는 전복을 단 하나도 허용하지 않았고,

전복죽인데, 전복은 하나도 못 먹고, 겨우 밥만 몇 번 먹다가

 

그조차도 버거워지자 편의점으로 달려갔다.

우유와 카스테라를 샀고,

우유에 빠진 카스테라를 녹여 먹으며 배고픔을 달랬다.

 

치통이 이토록 엄청난데도,

아무것도 안 먹을 수 없다니.

 

저작이 어려워지자 삶의 질이 확 떨어진다. 

 

바나나를 먹거나,

라면을 가위로 잘게 잘라먹다가,

그조차도 싫어지면 우유를 마시고 만다.

 

치아가 아프니 온 신경이 모두 치아에 가 있다.

예민해지고, 뾰족해진 마음이 송곳 같다.

 

먹는 즐거움은 도대체 언제 돌아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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