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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대 교정일기

[수술병원 찾기] 개인병원 구강악안면외과 상담 후기

by 무무의하루 2019. 5.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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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 선교정을 시작한 지 두 달이 채 안된 시점에 수술 병원을 찾아 나섰다. 악교정 수술을 위해 수술 병원을 찾는 분들이라면 으레 알겠지만, 여름과 겨울 시즌은 병원의 최대 성수기이다. 그래서 원하는 수술 시점의 한, 두 달 전에는 일반 상담을 통해 병원을 선택하고 수술 예약을 해둬야 한다. 대학병원일 경우에는 더 치열하고, 개인병원일 경우엔 그나마 나은 편이긴 한데 그래도 방학 땐 학생들이 몰리므로 미리 시기를 조절하는 게 중요하다. 

 

수술 병원을 선택하는 여러 기준이 있겠지만, 나는 성형외과에서는 수술받고 싶지 않았다.

부작용도 무서웠고, 여러 좋지 않은 후기들이 있었기에 종합병원이 아닌 개인병원이라면 <구강악안면외과>라고 명시된 병원에서 받고 싶었다. 우리 지역에는 마땅히 그런 병원이 없었고, 그래도 서울이 경험 많은 의사가 많겠단 생각에 하루 날 잡아 서울 병원 투어를 시작했다. 오전에 대학병원을 다녀왔고, 오후에 개인병원인 구강악안면외과에 갔다. 

 

2019/05/26 - [늦깎이 교정인의 하루] - [구강악안면외과 발품팔기] 대학병원 악교정수술 상담후기

 

내가 방문했던 병원에 대한 정보를 많이 찾아봤을 때, 사실 호불호가 많이 갈린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치과 선생님 추천이 있기도 했고, 의사의 많은 경험을 믿고 상담을 받은 후 결정해보기로 했다.

 

내원하자마자, 진료 차트를 작성했다. 차트를 작성하며, 오전에 방문했던 대학병원과 비교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대학병원이 교합, 교정, 기능 개선에 무게를 뒀다면 해당 병원은 확실히 미용에 방점을 찍는 질문들이 다수였다.

 

나는 3급 부정교합과 개방교합, 주걱턱 증상을 가지고 있어 기능 개선을 목적으로 악교정 수술을 알아보고 있었다. 나와 같은 3급 부정교합 환자들은 더러 하악수술을 하는 경우가 있고, 미용을 고려한다면 양악수술도 많이 한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나는 오로지 기능 개선, 치료 목적이었으므로 최소한의 수술만을 원하고 있었다. 부작용이나 회복량에서도 차이가 많기 때문에 되도록 하악수술을 원하는 중이었다. 물론 환자가 원한다고 수술을 결정할 수는 없다. 

 

병원 상담을 하면, 병원에서 양악수술 케이스인지, 하악수술 케이스인지 알려준다. 환자에게 양악과 하악을 선택하라고 하는 경우도 있고, 하악수술이 불가능해서 양악만 가능한 케이스도 있다. 그러나 나 같은 일반상담 때는 알 수 없고, 수술을 결정하고 정밀상담 때 알 수 있는 걸로 안다.

차트 작성을 완료하고, 치아 본을 떴다. 

그리고 불쾌한 경험을 했다. 본을 뜨려고 누워있는 내 앞에서 치위생사 2명이서 "상악 tpa를 하고 있어 본뜨는 게 어렵다"라고 한숨을 푹푹 내쉬며, 굉장히 거칠고 서툴게 본을 떴다. 아프다고, 살살해달라고 했더니 "교정장치가 있으니 당연히 아프죠."라는 게 아닌가.

 

이 병원을 첫 번째로 방문했다면, 직원 말처럼 으레 아프구나 했을 텐데, 오전 대학병원에서도 한 차례 본을 떴기에 얼마나 이 직원이 거칠게 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얼마나 치아를 꽉 눌러대던지 본을 떼고 나서도 한 동안 얼얼하고, 치아가 욱씬거려 힘들었다.

 

본을 뜨고 기다리는 그 몇 분 사이에도 환자 앞에서 직원들끼리 다른 직원 흉을 보는 걸 보면서, 정말 별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직원의 불성실한 태도에 마음이 절반 정도 떠난 상태에서 원장님과 상담이 시작됐다. 개인병원이라 그런지 본뜨고 20분 정도 지난 후 모형을 보며 원장님과 상담이 시작됐다.

 

"교합상태나 비대칭이 심해서 하악수술로는 치료가 불가능합니다.  양악수술을 한다 해도 주걱턱 증상이 다 해소되진 않을 거예요. 상악이 하악에 비해 작으므로 현재 교정만으론 상악을 넓히는 것이 충분하지 않아요. 양악수술 시 상악확장술을 추가로 진행해야 합니다."

 

이게 다 뭔 소리인가 싶었다. 상악확장술이요?? 그게 뭐죠? 두개골을 절단해 넓힌다나 뭐라나. 

치과에서는 그런 말을 들어본 적 없고, 내가 그런 특이한 케이스라면 미리 말을 해줬을 텐데 이상하다 싶었다. 

 

"양악수술한다고 해도, 연예인처럼 되는 걸 기대하지 마세요. 그럼 실망합니다."

네?? 연예인이요?? 저는 미용 양악을 받는 게 아니라 치료 목적으로 하악수술을 원한다고 진료차트에도 썼는데, 제 차트 내용을 보긴 하신 건가요....

 

수술에 대한 환상(?)을 깨주러 일부러 그렇게 말씀하신 걸 수도 있겠지만, 원장과의 상담은 멘붕의 연속이었다. 추가 수술은 정말 생각지도 못한 것이었으니까.

 

가장 중요하고, 궁금했던 수술 시기.

"아직 교정이 다 마무리되지 않았고, 하악을 펴는 시간을 고려해봐도 환자가 원하는 시기에 수술은 불가능합니다. 물론 환자가 요청하면 해줄 수는 있지만, 교합 등 환자의 고통이 크므로 추천하지 않아요. 쉬운 수술이 아니므로 충분한 교정이 필요합니다."

 

아. 대학병원과 마찬가지로 이곳에서도 원하는 시기에 수술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였다. 

최대한 상세하게 설명해주고, 병원은 신중하게 결정하라며 원장님과의 상담이 끝났다.

 

그리고 상담실장이 들어왔다. "그냥 보기에도 심각해 보이는데, 왜 하악수술을 생각하시는지 의아했다면서 원장님 말씀처럼 하악은 어렵다"며 "오늘 정밀 포토를 찍으면 수술비에서 20%를 할인해준다"며 계산기를 두드려줬고, 수술 예약을 강하게 권했다. 

 

원장님은 충분히 고민하며 결정하라더니, 상담실장은 당장 오늘 수술 예약이라도 걸어두면 1,2백만 원이라도 할인해주고, 정밀 포토라는 게 병원 홍보용 사진 촬영에 동의하면 추가 할인이 된다고 했다. 

 

그럴 마음도 없거니와, 당장 원하는 수술 시기에 수술이 불가능하다는데 덜컥 수술 예약부터 하고 가라니.

"치과 가서 선생님과 상담해보고 결정해야겠다"고 했더니, 오늘 예약하고 가야 할인율도 크고, 환자에게 득이라며 계속 권하는 게 아닌가. 수술비도 예상했던 액수보다 훨씬 컸다. 병원에서 제시한 할인금액을 빼야 겨우 평균 수술비용에 웃돌았다.

 

'이런 식으로 영업하는구나, 여기.'

그래도 나름 악교정 수술로 유명한 병원이고, 많이들 수술받는 걸로 알고 있는데 물건 세일하듯 수술을 권하는 게 불편하고 좋지 않았다. 오늘은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을 거고, 나중에 수술하게 된다면 다시 연락 주겠다고 했더니, 치과 방문일까지 꼬치꼬치 캐물어가며 연락 일정을 정한 후에야 병원을 나올 수 있었다. 


멀고도 험한 수술 병원 결정하기

며칠 후, 치과에 방문해 수술병원 상담 다녀온 내용을 공유했다. 

교정 시작할 때 이미 수술 시기에 대한 협의가 있었다. 보통 6개월~1년 정도 선교정을 하는데 나는 개인 일정 등 때문에 선교정 4개월 후에 수술 가능 여부를 확인했었고, 치과에서는 최대한 내가 원하는 일정에 맞춰주겠다고 한 상황이었다. 

 

수술 시기에 대한 병원들의 부정적 피드백에, 치과 의견은 "상악을 최대한 고르게 펴서 선수술을 하려고 했던 건데, 방문한 병원들이 안정적 수술을 원하는 병원들이라 선수술에 부정적이었던 것 같다. 불가능했다면 권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고 하셨다.  

 

아. 어렵다 정말. 내 인생은 뭐 하나 쉬운 게 없다. 

치과에서 본을 다시 떴다. 치과 선생님은 지역 대학병원에 수술에 대해 자문을  받아보겠다고 하셨고, 나에겐 수술에 대해 고민해보고 알려달라고 했다. 수술 시기에 급급한 나머지 내가 너무 서두른 건 아닌가, 생각이 많아졌다.

 

그로부터 몇 주 후, 선수술 가능한 병원이 있다는 치과의 연락을 받았다. 

나는 대학병원에서도 선수술을 추천하지 않는 것이면 나에게 도움되는 상황은 아닌 것 같으니 상황에 휩쓸려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충분히 교정을 한 후 수술을 하겠다고 입장을 전했다. 

 

수술을 위해 몇 달 동안 포기했던 일정과 향후 계획들이 속 시끄럽게 했지만, 그것도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니까.

하나씩 차츰차츰 정리하고, 결정해보기로 한다. 

 

그러나 저러나 나는 그럼 도대체 언제 수술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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