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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대 교정일기

[양악수술] 수술1일차~수술3일차/구강악외과 입원후기

by 무무의하루 2020. 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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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악수술 전에 아주 많은 수술 후기들을 읽었던 터라, 고통에 대해선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다. 얼마나 위험하고, 힘든 수술인지 알고서 수술했다고 생각했는데, 오만했다. 참말로! 이 수술이 고통스럽고 힘든 건, 단언컨대 수술 그 자체로의 힘듦이 아니다. 회복이 더디고 고되고, 하루에도 몇 번씩 좋지 않은 생각을 하게 됐다. 

핸드폰에 짧게짧게 수술 후 느낌들을 일기처럼 기록해뒀는데, 몇 달이 지난 지금, 블로그를 쓰기 위해 읽어보니 울컥울컥 한다. 고된 시간이었구나 정말. 수술을 앞둔 분들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 그리고 작지만 큰 일상의 변화들을 기록용으로 기록해둔다. 


양악수술 당일부터 수술2일차까지, 고난의 시간들

수술 1일차.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누워 자면 안 되기 때문에 병원 침상이 거의 직각으로 세워져 있어 밤새 뒤척였다. 그 힘든 수술을 끝내고 나온 내가 기특하기도 하고, 실감도 나지 않고, 자꾸만 거울을 들여다보게 된다. 

수술 당일에는 몰랐는데 움직일 때 꽤 걸리적거리는 피통을 제거했다. 따끔했다. 오늘부터 이틀간 틈나는 대로 얼음찜질을 해줘야 한다. 쉬지 않고 부지런히 손을 놀리자. 

생각보다 붓지 않았다. 콧구멍에 막아뒀던 솜을 뺐는데 예상치 못하게 피가 철철 흘렀다. 환자복이 젖을 정도로 피가 많이 났다. 피가 많이 나면 좋지 않다고 했는데, 최악의 경우 다시 수술대에 올라야 한다고 했다. 다행히 그 정도는 아닌 것 같다며, 정말 고통스럽게 코 안쪽으로 깊숙이 솜을 쑤셔 넣었다. 악 소리가 절로 났다. 몸이 부르르 떨릴 정도의 고통이었다. 절대 코로 숨 쉬지 말라고, 입으로만 쉬라고 했다. 구강호흡에만 의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불편했다. 

오늘부터 나의 미션은 물 마시기다. 수술할 때 입안을 피통으로 연결해뒀고, 그걸 빼고도 수술용 웨이퍼 때문에 입을 벌리고 있다 보니 입안이 정말 사막처럼 메말라 갈증이 계속 났다. 틈나는 대로 물을 수시로 마셔야 한다.  목에 가래가 가득 꼈는데 뱉을 수가 없다. 물을 많이 마셔야 가래가 넘어간다는데, 물을 마시려고 시도해봐도 절반도 채 넘기지 못하고 옷에 흘린다.

병원 유동식이 나왔다. 뉴케어 4개, 두유 1개, 포카리스웨트.  입맛 없다고 안 먹지 말고, 무조건 많이 양껏 먹으라고, 4시간 간격으로 먹는다고 생각하라고 간호사가 신신당부했지만. 정말 생각이 없다. 뉴케어 1개를 쪼개고 쪼개 하루에 나눠먹었다.

밤이 됐다. 코는 막혀있고, 목안은 가래로 가득 차 도저히 숨이 안 쉬어져 간호사를 호출했으나, 지금 호흡하고 있다고 심리적인 거니까 괜찮다고 물 많이 마셔주라고 하셨다. 하루가 길다. 고통스럽다. 


수술 2일차. 

 

 

많이 움직이고 걷는 게 좋다고 해서 병원 복도를 10바퀴쯤 걷고 또 걸었다. 밤새 잠을 못 잤다. 1시간 남짓 잤을까. 

오늘은 웨이퍼를 낀 채 턱뼈를 맞춘다고 했다. 대표원장님이 상태를 점검하고, "올해 들어 가장 어려운 수술이었지만, 잘됐다"라고 하셨다.  턱뼈를 맞추는데 조금 아플 거라고 예고를 하긴 했지만, 정말 너무너무 아파서 죽을뻔했다. 죽고 싶단 생각이 절로 날 만큼, 턱뼈가 으스러지는 것처럼 아팠다. 말도 못 하는데, 몸은 아프고, 수술하고 턱뼈까지 만지니, 모르겠다. 모든 게 복합적으로 터져 펑펑 울었다. 

턱뼈를 맞추고, ct를 찍는데, 자꾸만 울음이 안멈춰 간호사님이 괜찮다고 많이들 힘들어한다고 하셨다. 씨티를 확인하고 잘됐다고 하셨다. 병실에 돌아와서도 울음이 안 멈췄다. 원장님이 병실에 와서 울지 말라고 괜찮다고, 수술보다 원래 회복하는 게 더 힘든 거라고 하셨다. 

어제 코피 난 곳은 다행히 안쪽 깊은 곳이 아니라 다행이라고 했다. 코 막아둔 솜을 빼냈는데 그래도 가끔씩 코피가 난다. 불안하게. 가래가 더 심하게 끊고 잔기침이 나온다. 기침이 나오는데 기침을 할 수가 없다. 얼굴이 불타오르는 거 같다. 

오늘은 얼굴에 붙은 테이프를 제거하기로 했다. 미온수에 적셔 살살, 마지막엔 아이리무버로 제거한다. 얼굴에 붙은 테이프는 강력하므로 절대 절대절대 그냥 뜯으면 안된다. 얼굴 피부 찢어지는 줄. 나는 가져간 거즈를 물에 충분히 불려서 얼굴을 계속 닦았다. 1시간 넘게 계속. 정말 쉬운 게 하나도 없다. 얼굴을 숙이면 안되므로 테이프를 떼어낸 자국을 씻는 건 힘들다. 다행히 클렌징워터를 챙겨간 덕분에, 얼굴을 닦아냈다. 며칠 만에 세수를 했다. 개운하다. 

주사 맞던 팔을 교체했다.  오른쪽 혈관주사로 바꿨는데, 혈관 위치 때문에 움직일 때마다 계속 따끔거린다. 종일 진통제와 수액, 항생제를 번갈아 가며 넣었더니 온 몸이 퉁퉁 불어있다. 다리가 너무 부어 놀랄 정도다. 

입맛이 정말 없다. 수액을 맞으니 그나마 버티고 있는 듯하다. 너무 안 먹으면 염증 생긴다고, 염증 생기면 회복이 느려진다고 무조건 먹어야 한다고 간호사에게 혼났다. 먹으려도 해도 다 흘러내리고, 말을 할 수 없으니 답답하고, 와중에 가래 때문에 목이 아프고.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내가 지금... 별 생각이 다 든다. 

내일 퇴원을 앞두고, 퇴원 후 조심할 것들에 대해 1시간 설명을 들었다. 집에 가면 이제 고통 시작이겠지? 병원에서는 바로바로 조치가 있지만, 집은 또... 워낙 병원과 거리가 멀어 두 번 세 번 염증을 조심하라고 당부하셨다. 

양쪽 코가 다 막혀 숨이 거의 넘어갈 지경이다. 간호사님이 와서 코 세척을 해주고, 가습기를 틀어주셨다. 

구강악외과 입원 유동식


수술 3일차.

마지막 날이다. 수술한 날부터 지금까지 4일이 지났는데 다 합쳐 4시간도 못 잔 거 같다. 컨디션이 좋을 수가 없다. 코는 여전히 막혀있고, 얼굴 압이 올라 새벽부터 계속 진통제를 투여했다. 하.... 오늘 경과를 봐서 상태가 나쁘면 퇴원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했다. 긴장되는 마음으로 진료를 기다렸다.

수술용 고무줄을 제거하고, 입안 세척을 했다. 진료를 위해 입안을 이리저리 만지는데 악 소리가 절로 났다. 염려했던 코피도 잠잠해져 다행히 퇴원이 결정됐다. 4일이나 못 씻었더니 몸에서 쉰내가 난다. 집까지 또 어떻게 가지. 아. 이래저래 민폐다.  

보호자 없이 퇴원하는 분들은 정말 대단하다. 나는 조금만 걸어도 이렇게 어지럽고 힘든데, 얼굴 압도 수시로 오르고. 진통제와 수액 없이 온전히 내 힘으로 걷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힘든데... 지하철을 타는 건 무리라고 판단해 리무진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갔다. 수속 밟는 게 걱정이었으나 다행히 별일 없이 비행기에 탔으나, 지옥은 지금부터다. 

비행기가 활주로에서 뜨자마자 얼굴 압이 높아졌다. 위아래 치아가 부서질 것처럼, 웨이퍼에 의존해있는 치아들이 격하게 부딪히며 비명을 질러댔다. 정 안 되겠으면 웨이퍼 고무줄을 끊으라고 병원에서 가위를 챙겨줬었다. 정말 1시간 남짓 비행기 안에 있으면서 가위를 손에 꼭 쥐고 있었다. 너무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다시 병원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어떻게든 참아봤다.  

겨우 집에 왔다. 며칠 만에 씼는건지. 머리를 숙이면 피가 쏠릴 수 있고, 서서 샤워하면 현기증이 날 수 있다고 앉아서 샤워하고, 머리는 뒤도록 뒤로 감으라고 했다. 보호자 도움으로 며칠만에 머리를 헹군다. 샤워도 10분 이내로 간단히 하라고 했다. 

씻고 나니 한결 컨디션이 좋아졌다. 이제 수액이 없으니 자력으로 버텨야 한다. 죽기 살기로 먹어야 한다. 뉴케어 1개를 겨우 먹었다. 웨이퍼의 아주 작은 틈에 의존해, 소스병에 조금씩 쏘아가며 먹으니, 1시간 동안 마실 것과의 사투다. 

약이 정말 쓰다. 항생제와 소화제를 매끼 먹어야 하는데, 가루약이다. 어후, 써. 약 먹고 물가 글하고, 가글 하고. 양치를 못 하니 정말 지옥이다. 말을 못하니 답답하다. 

집이 몹시 건조해서 기침이 멈추질 않는다. 주문한 가습기는 안 오고, 밤이 되니 또다시 얼굴 압이 오른다. 누워 잘 수 없으니 앉아서 잠을 청해 보지만, 오늘도 꼬박 밤을 지새웠다. 고통 속에 진통제를 먹고, 꽉 막힌 코를 오트리빈으로 뚫었다. 울면 안 되는데, 울면 얼굴 압이 오르고 코가 막히고 가래가 더 끓어오르는데, 눈물이 안 멈춘다. 정말 지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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