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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대 교정일기

본격 수술준비 시작, 나는 양악일까 편악일까(수술D-20)

by 무무의하루 2019. 1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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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격형 3급부정교합인 나는 지난해 늦가을, 구강악수술을 위한 선교정에 돌입했다. 서른도 넘은 나이에 이게 무슨 사서 고생, 개고생인가 뒤늦게 후회도 했고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그래도 시간은 가고 어쩌다 보니 수술이 코앞이다. 

 

선교정을 시작한지 1년 1개월. 금방 수술이 가능할 줄 알았는데 교정은 생각보다 더뎠고(어릴 때 해야 한다. 치아 움직임이 다르다), 나는 그만큼 지쳐갔다. 익숙지 않은 입안 장치들로 인해 먹는 즐거움을 잃었고, 말하는 기쁨도 사라졌고,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얼굴로 인해 사람들을 만나기도 꺼려졌다.

 

누군가의 말처럼, 수술시기는, 얼굴이 가장 못나 보일 때(?) 그때이다. 개성 강하게 여기저기 마음대로 누워있고 뻗쳐있는 치아들을 올곧게 차렷 자세로 세우다 보니 턱은 더 튀어나와 보이고, 팔자주름은 더 심하게 움푹 파인 게, 요새처럼 거울보기 싫은 적도 없다. 

 

수술병원, 드디어 결정하다

지난달에 수술병원 투어를 돌고, 어느 병원으로 선택할지 고심했다. 교정치과에 병원상담 결과를 공유했다. 

 

교정치과는 시작부터 지금까지 쭈욱- 되도록이면 편악수술(하악수술)만 하는 방향으로 교정을 해왔으며, 모의수술 결과도 하악수술이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병원 상담 결과는 달랐다. 수술병원 3곳을 돌았는데 2곳은 완곡한 양악수술을 권했고, 1곳은 환자가 원하면 편악도 가능하지만 되도록이면 양악을 추천한다고 했다.

 

교정치과에서는 수술상담시 엑스레이나 씨티촬영을 했는지 물었다. 어떤 근거로 수술상태를 진단했는지 확인했다. 수술을 위한 상담이라고 미리 예약하고 3곳 모두 상담에 임했지만, 1곳은 원장님이 눈으로만 살피셨고, 1곳은 측면 촬영, 1곳은 3d입체촬영을 했다. 그리고 3d입체촬영한 곳에서만 편악도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리긴 했다.

 

교정치과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교정이 진행되고 있고, 어떤 후교정이 남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세부적으로 살피지 않고 내린 진단일 수 있다"는 이야길 하셨고, 양악이든 편악이든 환자에게 최대한 부담이 안 가는 선에서 수술병원과 상의해 결정하겠다고 하셨다. 교정치과에서 수술 의뢰서와 수술방향 등에 대한 자료들을 주고받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불안해 하지 마세요. 환자분 혼자 수술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하겠다."라고 위로해주셨다.

 

양악을 해야하는구나, 거의 반 포기상태였는데 어쨌든 남은 기간 동안 수술병원과 교정치과에서 협의한다고 하니 일단은 기다려보기로. 

 

 

수술준비 하나, 수술용와이어 

병원투어를 하고 수술 날짜를 조금 급하게 잡고 왔더니 교정치과에서도 급하게 호출하셨다. 수술용와이어를 교체해야 하고, 수술에 필요한 것들을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수술용와이어라니.

 

수술용와이어는 수술하는 동안 그리고 수술 후 악간고정하는 기간 동안 치아의 움직임을 방지하기 위해 교체한다. 평소처럼 와이어를 교체한다는 마음으로 갔다가, 이게 보통일이 아니구나 싶었다.  와이어를 내 치아 상태에 맞게 다시 조정하고 조정하고 또 조정하느라, 와이어를 하느라 1시간을 꼼짝없이 진료실에 누워있었다.  

 

수술 후 악간고정을 할때 움직이지 않도록 고무줄을 걸어야 한다고, 와이어에는 브라켓 사이사이에 갈고리 모양의 걸이들이 생겼다. 

 

"아, 이거 음식 먹기도 불편하고, 양치하기는 더 힘들어지는 거 맞죠 선생님?ㅠㅠㅠㅠ"

"음? 어차피 수술하면 음식 못 먹어요.  윗니아랫니에 움직이지 말라고 고리에 거는 용도니까....."

음식 먹기 불편할 걸 걱정했을 뿐인데, 아! 어차피 못 먹죠, 그렇죠. 걱정은 사치다. 하하....

 

오랜만에 느껴보는 고통이다.

"아프세요? 아프면 안 되는데, 진짜 아파요?"

"네. 소리가 너무 공포스러워요."

와이어를 치아에 쑤셔넣을때(?)의 고통도 고통이지만은 와이어를 쓰윽쓰윽 가는 그 소리가 너무 공포스러웠다.

"이런 거 무서워하면 안되는데"

나이 먹었다고 쫄보가 쫄보 아닌 게 되는 건 아니.....

 

수술용와이어로 교체하고 치아본-을 떴다.

몇 번 해봤지만, 입이 찢어져라 크게 벌려야 하고, 빼낼 때 토악질이 나오는 걸 조금 참으면 끝난다. 

 

마지막으로 입안 사진을 찍고, 수술 전에 한 번 더 방문하라고 했다.

"걱정 마세요. 크게 어려운 수술 아니니까, 잘 될 거예요. 수술병원이랑 잘 협의해서 준비할게요."

네, 선생님ㅠㅠㅠㅠ

 

수술준비 둘, 수술 전 검사 

수술병원에서 가까운 내과에 가서 수술 전 검사를 받아오라고 했다. 전신마취를 하는 수술이므로 전신마취가 가능한 몸 상태인지 체크학 위한 건데, 혈액검사와 흉부 엑스레이, 심전도 검사를 받아야 한다

 

동네 내과에 가서 필요한 검사지를 내밀었더니, "어, 저희 병원에선 안돼요. 혈액검사 항목 중에 저희 병원에서 안 되는 게 있네요. 큰 병원 가셔야 할 거예요." 퇴짜. 

 

병원 몇 곳에  전화를 돌린 후, 겨우 가능한 병원에 갔다. 금식 여부를 사전에 물어봤는데 괜찮다고 했다.  

 

심전도 검사를 처음 해봤는데, 음, 이런 거구나. 음. 깜짝 놀랐네.  

혈액검사 항목을 보던 간호사분이 "어려운 수술인가 봐요. 체크하는 항목이 많네요."라고 하셨다.

"피를 좀 많이 뽑을게요." 

"선생님, 아프지 않게 해 주세요."  

간절하게 눈빛을 쏘고, 눈을 질끈 감았더니, 끝! 

 

보험 안 되는 검사항목이 있다더니, 생각보다 비용이 나왔다. 

 

다음 달, 검사결과를 들으러 병원에 내원했더니 "아주 좋습니다. 수술하는 데 무리는 없어요."

 

이제 감기 걸리지 않게 조심만 하면 된다. 

다음 주엔 수술 및 관리에 필요한 물품을 구입해야겠다. 

그리고 검사를 받으러 수술병원에 내원. 

 

휴. 긴장되고 설레고 그리고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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