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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대 교정일기

또 다시 시작된 구강악외과 발품팔기(수술병원찾기)

by 무무의하루 2019. 1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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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치과에서 드디어 다음 달에 수술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본격적으로 수술 병원 찾기에 나섰다. 지난봄에 한차례 병원을 알아봤던 터라, 괜찮은 병원을 몇 개 추려둔 상태였다. 

 

2019/05/26 - [늦깎이 교정인의 하루] - [구강악안면외과 발품팔기] 대학병원 악교정수술 상담후기

 

[구강악안면외과 발품팔기] 대학병원 악교정수술 상담후기

치아 선교정을 시작하면서부터 교정치과와 협의했던 게 수술 시기였다. 치과의사는 내 상황을 고려해 교정 4개월 정도 후에 수술할 수 있도록 최대한 맞춰주겠다고 했고, 나는 그 말을 철썩같이 믿고 수술 병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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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27 - [늦깎이 교정인의 하루] - [수술병원 찾기] 개인병원 구강악안면외과 상담 후기

 

[수술병원 찾기] 개인병원 구강악안면외과 상담 후기

치아 선교정을 시작한 지 두 달이 채 안된 시점에 수술 병원을 찾아 나섰다. 악교정 수술을 위해 수술 병원을 찾는 분들이라면 으레 알겠지만, 여름과 겨울 시즌은 병원의 최대 성수기이다. 그래서 원하는 수술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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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겨울은 <구강악외과>의 최대 성수기다. 하필이면 수술 시기가 성수기와 맞물릴게 뭐람. 수능을 끝낸 청소년들과 대학생들의 방학시즌으로 병원은 거의 한 달 전부터 예약이 풀이다. 

 

나는 골격형 3급부정교합에 비대칭을 가지고 있는 상태였고 기능 개선을 위해 선교정을 하고 있다. 수술 병원을 알아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게 <안전>과 <전문성>이었다. 그런 이유로 성형외과는 1차적으로 제외시켰다. 미용을 목적으로 수술을 하는 것이 아니기에 오직 기능 개선을 위해 외과적 수술로써의 전문성과 안전성을 살폈다. 

 

양악수술과 편악수술이 위험하다고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전신마취이다. 

 

수술상담을 다니며 알게 됐는데, 수술 병원 잘 고르는 팁에 보면 꼭 <마취전문의 상주>가 있다. 전신마취를 하기 때문이고, 불시의 사고에 대비하기 위함인데. 이번에 상담 갔던 개인 구강악 외과 원장님께서 내가 준비해 간 질문들을 읽고 답을 해주시다가, 얘기해주셨다. 

 

"보통 성형외과에는 마취전문의가 상주하지 않아요. 왜냐면 양악과 편악수술에만 전신마취가 필요하기 때문에 다른 성형수술을 할 때는 필요가 없어요. 그러니 마취전문의가 상주하지 않고, 수술할 때만 협진하는 경우가 더러 있어요. 구강악 외과는 오직 턱관절 수술만 하는 병원이니까 마취전문의가 상주하는 것이고요."

 

이번에 수술상담을 하러 병원을 몇 군데 돌며, 가장 이상하다고 느꼈던 건 상담질문지에 "관련 질환이나 수술을 위해 다른 병원에 상담한 적이 있습니까? 병원 이름은 무엇입니까?" 문항이 있다. 솔직하게 적어서 냈더니 상담하며 어떤 원장님께서는 "우리 병원이 제일 싫어하는 환자야. 상담 병원 투어 도는 사람이네" 이러는 게 아닌가.  

 

위험한 수술이고, 수술비가 1천만원이 호가하는 수술인데 환자가 수술 병원을 선택하기 위해 여러 병원에 발품 파는 게 왜  이상한 일인지 모르겠다. 왜, 여러 병원을 다녀봐야 한다는 건지 너무나 잘 알겠다. 수술경력이나 의사 이력 못지않게, 교정이나 수술이나 담당 의료진과의 '합'이 중요하다는 걸. 권위적이고, 함부로 말하는 사람은 정말 질색이다. 

 

치아교정을 할 때도 생각했던 건데, 수술병원을 알아보면서도 다시금 느낀 건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질문하고,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워낙 많은 환자들의 상담을 하니 병원에서 들려주는 수술레퍼토리가 정해져 있다. 물론 그 정보조차도 상담받지 않았다면, 알 수 없는 것들이긴 하지만 그 일반적인 케이스 중에 <나의 케이스>에 집중해서 묻기 위해선 사전 공부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예상되는 수술 부작용은 무엇입니까"라고 묻는 것과 "가장 걱정되는 게 신경마비나 신경손상인데 어떤 경우에 발생하나요? 사람마다 차이가 있나요? 저는 어떨까요?" 라고 묻는다면 조금 다른 답변을 받을 수 있다. 턱 수술에선 신경선의 위치가 중요하다고 한다. 3d엑스레이를 촬영하면, 골격뿐 아니라 신경선 위치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의사들은 묻지 않으면 답을 하지 않는다. 구체적으로 묻고 또 물어야 한다. 

수술방법(IVRO과 SSRO)도 체크했다. 적어도 내가 받는 수술이 어떤 방식의 수술인지,  그 방법이 왜 나에게 더적합한 건지 설명을 듣는 게 좋으니까. 물론 병원마다 다른데, 의사마다 선호하는 방법으로 수술하는 경우도 있고 환자 상태에 따라 방법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수술방법은 수술 과정과도 연관되므로 어떤 방법으로 수술하는지 알아두면, 수술 후기 등을 찾아볼 때 더 도움이 되기도 했다. 

 

정확히 내가 어떤 불안과 걱정을 가지고 있는지 말하는 게 좋다. 막연한 수술에 대한 불안감보다, 수술로 인해 야기되는 문제점들과 상황들을 말하면 의사가 답변해줄 수 있는 부분은 답해준다. 나는 수술후기를 찾아보다 <소변줄>에 대한 공포를 느꼈다. 수술보다 소변줄이 정말 싫었다고, 내가 마취로 잠든 사이에 의료진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소변줄을 꽂는다는 점도 싫었지만, 소변줄 제거 역시 두 번 하기 싫은 경험이었다는 글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그래서 상담 갔을 때도 여쭤봤다. 

 

"수술시간이 길어지면 당연히 소변줄을 착용해야 합니다. 대학병원은 수술시간이 길기때문에 소변줄을 착용하는 것이고,  4시간이 넘어가면 착용하는데 보통 로컬에서는 하악이든 양악이든 3시간을 넘지 않으니 착용하지 않아요."

 

"왜 그렇게들 소변줄을 무서워하는지들 모르겠네. 일 년에 1~2명 찰까 말까 해요. 응급하다고 판단되면 채우지만, 보통은 안 해요."

별 거 아니지만, 궁금증 해결! 

 

그래도 수술은 무섭다. 이렇게 큰 수술을 하는 건 내 평생 처음이다. 

수술상담을 다니며, 어떤 기준으로 병원을 선택할지 고민해봤다. 1시간 남짓한 상담만으로 병원을 선택하는 건 힘든 선택이긴 하다.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는 의료진과 병원의 분위기를 봤다. 어떤 병원은 의사와의 상담은 좋았으나 상담실장이 '오늘 정밀 사진 찍고, 수술 예약하고 가면 10% 추가 할인'등 조건을 내걸며  호객행위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또 어떤 병원은, 진료실 문을 활짝 열어두고 상담을 해 상담내용이 대기실에서도 제법 명확하게 들렸는데, 카운터 직원들이 그 상담내용을 들으며 킥킥 웃는 게 아닌가. 물론 농담도, 웃긴 이야기도 아니었다. 수술상담을 하러 갔을 뿐인데, 왜 내 개인 신상을 당황할 만큼 코치코치 캐묻는지도 모르겠다.

 

병원에 대한 인상은 문을 열고 들어가서 나올 때까지의 상황들이 모두 연결돼있다. 


밤새 조금 아팠다. 살며 콤플렉스 덩어리이긴 했지만, 내 얼굴이 마냥 싫지 만은 않았는데. 병원에서 모두 "심각하네요.", "심각한 케이스입니다."라고 어딘가 하자 있는 사람처럼 지적받고 나왔더니 마음이 남아나지 않네. 

 

수술 병원 상담 결과를 교정치과에 알렸다. "외과의사로서 수술부위에 대한 진단뿐이니, 크게 상처 받지 마세요. 그렇게 심각한 케이스도 아니고, 상황도 아니니까요. 수술 병원과 협업해서 진행할 테고, 수술 병원에 모두 맡겨두는 거 아니니까 너무 염려 마세요." 

 

아. 정말 어렵다. 내 평생 나에게 가장 긴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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