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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대 교정일기

[치아 선교정 1일차] 나의 좋은 시절은 다 갔다.

by 무무의하루 2019. 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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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3급 부정교합이다. 잦은 두통과 어깨 결림, 소화장애 등으로 고생하다 뒤늦게 다시 교정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교정전문치과를 방문했다. 정밀검사 결과 골격형 부정교합이므로 교정만으론 치료가 어렵다는 진단을 받았다.

악교정 수술을 겸해야 한다는 것.

 

몇 년 전에도 악교정 수술에 대한 고민을 안해본 건 아니지만, 

전신마취에 대한 불안감과 부작용에 대한 우려로 고민했지만,

지금 아니면 또 언제 할까 싶어, 악교정 수술을 겸한 교정치료를 하기로 했다. 

 

그리하여 시작된 선교정. 

악교정 수술을 위한 선교정은 일반교정 치료와는 치료법이 매우 다르다. 

 

치아가 맞물리기 위해 본능적으로 기울어져 있던 치아를 바르게 펴고,

못생김의 절정을 찍을 때, 그때가 바로 선교정을 마무리하는 시점이다.

교정을 할 때는 치아의 이동량이 많아 교합이 더 안맞는 경우가 더 많아진다.

그래서 먹는 것도 제한적이라, 교정인들이 자조적으로 '땅콩형' 얼굴이 됐다고 한다.

 

온라인 교정카페에서 여러 후기를 읽었지만,

나는 어릴적 교정을 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뭐, 아파봤자 얼마나, 못생겨져 봤자 얼마나, 이런 안일한 생각을 했던 과거의 나요...

 

그렇게 시작된 선교정.

나는 클리피씨로 교정장치를 시작하고, 병원에서 주문한 대로 사전에 충치치료를 하고 왔다.

 

교정장치를 달던 1회 차 진료.

오늘은 상악에만 장치를 단다고 했다.

발치교정을 하기로 했기 때문에, 오늘은 상악 왼쪽 치아 1개를 발치했고,

추후 하악 장치를 달 때 사랑니를 빼기로 했다.

 

의사 선생님이 아프면 언제든지 말하라고 하셨지만,

딱히 아프다기보다는 불편함과 이물감이 컸다.

교정기도 얼떨떨한데 치아 발치까지 한 터라 정신이 없었다.

 

교정기를 부착한 오늘보다는 내일하고 모레가 가장 아플 거라고 했다.

진료시간이 무려 2시간이나 걸렸다.

 

치과에서 교정용 칫솔과 입안에 상처 날 때 부칠 수 있는 왁스를 받았다.

칫솔질하는 법도 다시 배웠다.

양치질이라기보다는 교정기에 음식물이 끼지 않도록 교정기를 닦아낸다는 표현이 더 어울렸다.

익숙해지면 치실도 사용하라고 하는데, 가능할까.

 

아무튼 그렇게 첫 번째 진료를 마치고 집에 왔다.

욱신욱신거리긴 했지만, 참을 만했다.

그리고 이튿날, 셋째 날 지옥을 맛봤다. 

 

와. 그간 내가 겪었던 치통은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치아들이 잔뜩 화가 나 있어 뭘 먹지도, 씹지도 못했다.

입안은 익숙하지 않은 교정장치로 인해  다 씹히고, 스치고, 헤져있고,

양치는 정말 어려웠다. 

첫 양치는 무려 30분이 넘게 걸렸다. 

 

어릴 땐 어떻게 했었지?!

이런 생각하며,

이 짓을 2년이나 해야 한다고? 

하, 낙담하며

그리고 나는 정말 슬프고 또 슬펐다.

이럴 줄 알았으면, 삼겹살이라도 실컷 먹어둘걸.

당분간 질긴 음식은 먹지 말라고 신신당부하신 터라,

나는 토실토실한 삼겹살이 너무너무 너무 그립다고,

그날의 일기에 썼다.

 

수술하는 그 날이 오긴 올까,

신참내기 교정인은 오늘도 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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