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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대 교정일기

치아교정, 나는 어미새인가(ft. 음식물이 껴도 너무 낀다...)

by 무무의하루 2019. 8.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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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교정을 하며, 치아 시림 못지않게 나를 괴롭히는 것이 또 있다.

펴기를 끝내고 당기기를 시작하며, 치아 잇몸에 스크류를 박고 고무줄을 걸었다.

발치 공간을 닫기 위해서인데, 이게 미묘하게 신경 쓰인다.

"간혹 스크류가 빠져서 오는 환자분들이 있다"고 한 치과의 말이 계속 맴맴 돈다.

파워 고무줄이라 절대 끊어지지 않는다고 했지만, 양치를 스크류쪽에 하면 스크류가 빠진다고 했다.

절대 무리해서 양치하지 말고, 스크류와 고무줄에 음식물이 낄 때는 평소처럼 양치하고 난 후 가글을 하라고 했다.

음식물이 낄 수 있다고 했지만, 교정하며 음식물 끼는 거에 이골이 난 상황이었으니 새겨듣지 않고 흘러들었다.

 


그동안 음식물이 끼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러니까 이건 마치, 치아 위의 교정장치에 찐득한 찰흙처럼 음식물이 촘촘히 곁을 두르고, 그 위에 양심 없이 또, 쌓이고, 끝인 줄 알았는데 또 쌓이고.... 어흑.

 

나는 어미새다!!! 

귀한 새끼에게 음식 물어다 주는 어미새도 아니고, 그렇게 원치 않는 어미새가 됐다.

양치를 할 때도, 고무줄과 스크류 쪽에 낀 음식물은 여간해서 잘 빠지지도 않고, 유독 잘 낀다. 

스크류 반대편 치아는, 고통의 시린이라 음식을 어지간해선 그쪽으로 씹지도 못한다.

한쪽만 속 썩이면 그러려니 할 텐데 양쪽이 장단 맞춰 괴롭히니, 돌아버리겠다.

치통의 고통은 어째 익숙해지는 법이 없다. 늘 새롭고, 예상치보다 고통의 수위가 높다. 

 

어미새를 탈출하기 위해선 몇 겹의 양치를 해야 한다. 

 

물로 10번 정도 입안을 헹구고, (목구멍으로 넘어가질 못하고, 입안에 머물러 있는 이들을 뱉어낸다. 생각보다 많다.)

 

교정용 칫솔로 보철장치를 하나하나 정성스레 닦는 기분으로, 초벌 양치를 한다.

다음은 치간칫솔. 치간칫솔 없었으면 진짜...(울먹울먹)

교정하며, 치아 사이가 많이 벌어져있어 치간에 음식물이 정말 많이 낀다. 아무리 정성껏 양치를 했다고 해도, 치간칫솔로 치아 사이사이를 공격해보면 처음부터 다시 양치하고 싶어진다. 

 

그리고 일반용 칫솔로 교정장치 뒷면, 입안 쪽 치아를 구석구석 닦아준다. 천장 TAP를 닦는 요령도 생겼다. 

그리고 가글로 마무리. 

 

이렇게 아침, 저녁으로 양치하면 최소 20분~30분 걸린다.

이것은 어미새에서 탈출하기 위한 몸부림...

 

점심은 그래서 괴롭다. 바깥에선 집에서처럼 여유롭게 여러 단계로 양치를 할 수 없으므로 열심히 물로 헹궈주고, 급한 대로 불편한 곳 위주로 양치를 해야 한다. 

 

먹으면 닦아야 하니, 간식도 잘 안 먹게 된다.(양치질하는 게 귀찮다기 보단 고통이다)

간식도 잘 안 먹는데, 살은 왜 안 빠질까? 미스터리다.

 


시린 이도, 어미새도, 양볼찔림도, 괴롭지만 참을 수 있다. 

기약 없는 고통이 아닌 걸 알기에. 날이 갈수록 변해가는 치아를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이렇게 평생 어떻게 살아왔나 싶은 생각도 들고. 수술일정이 미뤄져 심난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렇게 시간이 간다. 무심히 흘러가는 시간이 이럴 땐 또 고맙다. 상악은 펴기 단계가 끝나고 당기기에 접어들었는데, 하악 치아가 아직 펴기가 덜됐다. 이게 관건이라고 하는데, 치아가 다 펴져야 수술할 수 있다고 하는데, 아. 아이들아, 이제 그만 제자리로 돌아오렴. 익숙하다고 그곳이 너의 자리가 아냐. 도와줘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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