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교정을 시작할 때는, 치아교정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워낙 오랫동안 고민하고 시작했기에 치과상담을 가서도 "2년이면 되나요?" 이런 질문들을 주로 했던 것 같다. 나는 삼십대에 치아교정을 했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했고 나이가 있다보니 교정기간도 그만큼 길어졌다. 치아 움직이는 속도 등을 고려할 때 어릴 때 하는 게 가장 좋다.
3년 간의 치아교정을 끝내다
그렇다고 나이들면 치아교정을 못하는 건 아니다. 속도가 좀 더딜뿐. 치과에서도 '그 정도 각오는 해야한다'고 말했지만 그래도 3년이나 될 줄은 몰랐다. 치아교정기를 빼던 날, 치아에 붙어있던 것들이 다 떼고 나니 치아가 너무 맨들맨들 한 게 어색했다. 칫솔질을 하는데, 어디를 닦아야 할지 어색해 잇몸만 냅따 닦다가 웃음이 났다. 교정인은 다 알겠지만, 교정 중에 칫솔질은 이를 닦는다기보다는 보철장치를 닦는 거나 다름없다. 음식물이 끼거나 냄새가 날 수 있기에 교정기를 중심으로 칫솔질을 했다. 3년을 그렇게 하다보니, 민둥민둥한 치아가 여간 어색한 게 아니었다.
하하. 해방감은 딱 1분. 교정기를 뗐지만, 또 다른 교정장치가 이에 부착이 됐다. 유지장치다. 선생님은 두 개의 유지장치를 보여주며 선택지를 줬다. 하나는 철로 되어 교정기처럼 유지장치를 껴도 티가 많이 나는 가철식 유지장치와 또 다른 하나는 투명하게 치아가 보이는 투명유지장치였다.
치아교정을 끝낸 해방감을 느낄 새도 없이, 유지장치의 늪이 시작됐다
고민할 것도 없이 나는 투명유지장치를 선택했다. 단점은 치아에 넣고뺄때 부러질 수 있다는 거다. 연약한 것. "일년 동안은 식사때를 제외하곤 매일 매 시간 착용해 주셔야 해요."
선생님의 폭탄 선언이 시작됐다. '네?? 아니 선생님. 하루종일 착용하고 있는거면 교정장치랑 뭐가 다른가요.....' 당황스러웠다.
"교정장치로 묶어뒀던 치아가 갑자기 움직임이 많아질 수 있어요. 치열이 망가질 수 있으니 되도록 1년 동안 하루에 많은 시간을 착용한다 생각하셔야 해요. 1년 후에는 저녁만 착용하고, 2년부터는 일주일에 2~3일씩 이렇게 교정장치 시간을 점점 줄여나갈 거에요."
애써 교정한 치아가 유지장치를 잘 하지 않으면 다시 망가질 수 있다니. 치아는 다시 돌아가려는 성질이 몹시 강하다고 한다, 아니 왜?
밥 먹는 시간 빼고는 유지장치를 착용해야 한다는 것도 청천벽력이었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평생 착용해야 한다는 '철사'가 아랫니에 깔렸다. 움직임이 많은 아랫니 5개를 철사로 이어줬다. 혀로 만지면 느낌은 나지만, 그렇다고 아프다거나 움직임이 있는 건 아니라서 크게 신경은 쓰이지 않지만 존재감은 있는 정도랄까.
교정만 끝나면 정말 끝인 줄 알았는데, 치아교정은 평생이구나 이거.
1년이 지나 정기검진을 받으러 갔다. 고백컨대 매일 열심히 하진 못했다. 처음 서너달은 회사에서도 교정기를 끼고 있었으나 커피 마실때마다 유지장치를 빼고 다시 끼는 게 번거로워 어느시점부터는 퇴근 후 집에서만 끼고 있었다. 혹시 치열이 안 좋아졌을까봐 조금 걱정스런 마음을 안고 치과에 갔다.
"열심히 유지장치 착용해주셨네요. 생각보다 더 좋아졌어요. 이제부턴 착용시간을 조금씩 줄여나가면 돼요."
야호-! 혼날 줄 알았는데, 상태가 좋다니 좋았다. 술 먹은 날도 귀찮지만 장치를 착용한 나여, 잘했도다.
이렇게 기분좋게 막이 내리면 좋았겠지만, 역시 한가지 기쁨엔 한가지 슬픔도 있다. 매일 같은 쪽으로 유지장치를 빼다보니 장치 끝이 부러진거다. 위쪽만 부러진 줄 알았는데, 아래쪽도 상태가 좋지 않다며 위아래 다시 본을 뜨고 유지장치를 맞췄다. 피같은 내 돈. 생각지도 못하게 20만원을 더 썼다.
요즘은 3일에 한 번씩 잘때마다 유지장치를 낀다. 조금 뻑뻑한 느낌이 드는 날엔 '치아가 또 움직였나?' 싶어 불안한 마음에 다음날 늦게까지 장치를 끼고 있으려 한다. 조금 찾아보니 유지장치를 제대로 끼지 않아서 치열이 망가진 이들이 생각보다 적지 않았다. 치아는 정말 평생 관리해야 하는 구나.
교정이 끝난 후 시즌2 느낌의 유지장치이지만, 그래도 과거의 삐뚤삐뚤했던 치아와 안녕을 고한 것만으로 그저 감사하다. 치아교정을 망설이고 있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시간이 더 걸릴뿐이지 안되는 건 전혀 아니니 교정을 시작하라고 말하고 싶다. 컴플렉스를 제거했다는 사실 만으로도 정말 큰 보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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