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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대 교정일기

치아교정 비용, 1년만에 드디어 완납!

by 무무의하루 2019. 1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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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은 평생 한 번 해볼까 말까 하는 치아교정을 두 번씩이나 하고 있다. 

어릴 때 한 번, 성인이 돼서 또 한 번.

뭐 좋은 것도 아닌데, 이런 것도 따블(!)로 하나 몰라. 

 

달라진 게 있다면, 어릴 때 교정은 부모님 돈, 성인이 돼서 한 교정은 피 같은 내 돈. 

 

작년 가을, 그러니까 꼭 이맘때쯤 교정을 시작했다.  치아는 언제나 내 아픈손가락이자 치부였고, 어릴 적 좋지 않았던 치아교정에 대한 기억으로 인해 나는 십수 년의 세월을 외면하고, 들여다보지 않았다. 어릴 적에 대한 기억이 많이 남아있진 않은데, 드문드문 지옥 같았던 그때의 시간이, 울컥하는 감정들이 떠오른다. 부모님을 돈돈 거리게 했던, 치과 가는 게 악몽 같았던,  그 교정기를 내 손으로 빼내는 것으로,  미완으로 끝냈다. 

 

나이 들어, (그러니까 삼십대에) 교정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엄마는 "이제와서 뭐하러? 그 힘든 걸 다시 시작해?"라고 했다. 

엄마는 정말이지, 아무것도 모른다.

 

"그냥, 지금이라도 하고 싶어서." 그렇게 대답하고 말았지만,

'엄마. 나는 지금껏 늪에 빠진 것 처럼 살았어. 뭘 하다가도 잘 안 풀리면, 뭘 시도해보려고 하는데 잔뜩 겁을 먹으면, 비겁하고 소심하게 모든 걸 내 치아와 턱 때문이라고 그렇게 치부하고 살았거든. 그게, 그렇게 되더라고.  나는 왜 달라야 하나, 나만 왜. 이런 생각은 수도 없이 했어. 입 밖으로 꺼내진 못했지만..' 엄마에게 하고 싶은 말은 또 언제나처럼 꾸욱 눌러 삼켰다. 

 

이렇게 힘든 줄 알았으면, 나이먹고 교정하는 게 이토록 거추장스러운 건 줄 알았으면, 한 번 더 생각해보긴 했겠지? 

 

교정비용은 병원마다, 의사마다 가격이 천지차이다. 

장치비용과 의사 역량에 따라 비용이 달라지므로 수백만원의 차이가 난다. 나 역시, 많은 병원을 알아보고 교정을 시작한 게 아니라서 내 교정비용이 얼마나 비싼 건지 감이 없었는데, 비싼 편에 속한다는 걸 아주 뒤늦게 알게 됐다.

 

교정비용은 한번에 일시불로 납입해도 되고, 교정이 끝날 때까지 매달 분납해도 된다.

병원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분납도 12개월 또는 24개월 분납이 가능하다. 그러니 당장 교정비용으로 목돈을 마련해두지 못했더라도, 교정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으면 일단 교정치과에 가보는 걸 추천한다.

 

나는 매달 월치료때마다 수십만 원씩 쪼개서 분납했다. 교정치과에서는 1년 내에 납부하는 걸 고지했으므로, 나는 머릿속으로 셈하며 더하고, 나누며 부담스러운 비용을 납부했다. 제발, 돈값하길 바라면서.. 아, 내가 다니는 교정치과는 분납하더라도 1회 때 최소 납입 비용이 100만 원이었다. (교정비용 지불 관련해선 사전에 병원 측에 확인 필수) 

 

일 년이 참 더디게 갔고, 그 와중에 쏜살같이 흐른 시간들도 더러 있었다. 시간의 감옥에 갇힌 것처럼, 시간은 더디고도 빨랐다. 

 

월치료를 다녀오면 교정용 작은 거울을 이렇게 저렇게 돌려가며 입 안 내부 사진을 스스로 찍어둔다. 그리고 그날그날의 소회를 짧게나마 적는데, 아. 정말 언제 끝나나 싶다가다도, 교정 초창기 사진과 비교하면, 놀랍게도 사람이 돼가는 것 같다. 

 

이번 달 교정치과에 가서 남은 잔금을 모두 계산했더니,  상담실장님이 "완납하셨네요. 장치비용은 마무리됐는데, 이제 더 큰 수술비용이 남아있네요. "라고 말을 보탰다. 겨우 장치비용 털고 났더니, 그렇다. 나에겐 정말 큰~ 숙제와도 같은 수술이 남아있다.

 

나는 골격형 3급 부정교합으로, 수술을 위한 선교정을 하고 있다. 언제쯤 수술이 가능할지,  월치료 갈 때마다 원장님을 졸라 보지만 시원한 확답한 번 받지 못하다가, "올 겨울 수술 가능하다"는 말을 드디어 받았다.

 

한 고비를 넘기고 나니, 또 다른 언덕이 코앞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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