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 번, 또는 3주에 한 번. 월치료를 받으러 교정치과에 간다. 교정인들에게 어김없이 고통의 시간이 찾아온다. 한 달 동안 치아의 움직임을 확인하고, 특이사항, 불편한 점등을 파악해 와이어를 교체하거나, 고무줄을 교체하거나, tpa를 손봐준다. 병원에만 오면 나는 왜 작아지고, 엄살쟁이가 되는가.
"환자분, 아프며 손 드세요."
"지금 치아가 많이 내려와 있어서 와이어 다시 조정할텐데 힘이 들어가 아플 수도 있어요. 아프면 말씀하세요."
일 년째, 매번 치과에 갈 때마다 듣는 소리이지만, 이제는 안다.
아프다고 손들거나 아프다고 말해봐도, 원장님은 "아프죠? 곧 끝나니까 조금만 참아봐요."라고 파이팅(!) 해줄 뿐이다.....
교정 초창기에 월치료 가서는, "어디가 불편하세요?"라는 질문에 답을 하지 못했다.
'어디가 어떻게' 불편한지를 설명하는 게 너무나 어려웠다.
"네, 제가 몇 번째 치아가 덜덜덜 떨리고, 음식물 씹을 때마다 쩌릿쩌릿하는데, 입안 쪽이 다 헐어서 피가 고였어요." 이런 대답이 술술 나오기까지 반년은 걸렸다.
교정 초보일때의 "치통이 심했어요."라고 말하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아팠는지 말해보라는데, 그게 너무나 나 어려웠다. 고통의 강도를 읖으라는 것도 아니고, 고통의 종류를 세세하게 나열해보라니. "아프다"는 말로 퉁칠 수 없고, 먹히지 않으니 처음엔 그저 "아팠지만 참을만해요"라고 답했다.
그때의 나는, 치아가 진동하듯 울림이 느껴지는 고통과 치아가 시려 욱신거리는 느낌과 와이어가 눌러서 치아가 움직이는 느낌을 구별하기 어려웠고, 이걸 어떻게 말로 할지도 몰랐다. 월치료 가서는 최대한 구체적으로 한 달 동안 겪었던 증상을 말해야 한다는 것도.
[엄살인들 어떠하리! 월치료때는 무조건 상세하게, 구체적으로, 조목조목 말하기]
한 번은, 몇 주째 같은 치아가 계속 시려서 선생님께 고통을 호소했다. 처음엔 보철장치 때문에 치아 움직임과 치아 뿌리 움직임이 달라서 그런 거라고 했고, 그래서 브라캣 위치를 조정해줬는데. 한 달이 지나도 계속 아픈 게 아닌가.
그다음 월치료 가서 병원에서 추천해준 <시린 이 치약>을 써도, 진료받고 난 후에도 계속 아프다고 했더니.
구체적으로 어떻게 시리세요? 보통 시린이는 찬물을 마실 때, 양치질할 때 시리기 마련인데 입을 벌려 치아에 바람만 느껴져도 이가 시리다고 했더니, 선생님들이 심각해지는 게 아닌가.
꼼꼼히 치아를 살피고, 이를 앙다물어 치아의 맞물림상태를 체크하던 원장님이 "어금니보다 앞에 있는 작은 어금니가 먼저 닿아서 그 충격으로 이가 아팠네요. 고통이 심하셨을 텐데 어떻게 견디셨어요." 그러신 게 아닌가.
이때가 교정하며 치아의 고통이 제일 컸던 시기인데, 어느정도였냐면 가만히 있어도 이가 시려서 하루에 2개씩 진통제를 먹고, 물만 대도 이가 시려서 음식은 고사하고, 물도 멀리하던 때였다. 스트레스도 심해지고, 너무 아파 울기도 많이 울었다.
치아에 바이트블럭을 붙여 조절하는 것으로 고통은 수그러졌다. 나는 이 일을 계기로, 엄살처럼 느껴지더라도 아주 작은 증세라도 병원에 꼭 말하고 있다.
생각해보면, 병원에서는 환자가 말을 하지 않으면 절대 모른다.
월치료 받는 1시간 남짓 동안 지금의 증상만으로 모든 걸 파악하긴 어렵다. 치통의 종류가 얼마나 다양한가!
나처럼 <시린 이>의 증상을 겪는다면, 그저 <시리다고> 할 경우, 처방받거나 증상을 완화해주는 방법이 참으로 다양하다. 어떻게 증상을 설명해야 할지, 고통을 설명하는 게 너무나 난감하여, 나는 최대한 상황을 설명한다.
이가 욱씬욱씬 아플 경우 -> 어떤 음식을 씹을 때 오른쪽인지 왼쪽인지 치아가 흔들리는 느낌으로 아팠다(이렇게 구체적으로)
상황으로 설명하면, 병원에서도 이해가 빠르다. 그리고 처방도 효과적이다.
나는 몇 달동안 <시린 이>로 적잖이 고생하며, 시린 이에 바르는 연고(?)도 해보고 꾸준히 시린 이 치야도 써보고, 따뜻한 물로만 양치도 해보고, 음식을 아픈 방향으로 씹지도 않아보고, 별의별 것을 다해봤는데. 결국 치아의 맞물림 순서가 어긋나서 그랬다는 걸 아주 큰 고통을 겪은 다음에 달았다.
그 고통을, 시린이로 표현해서 병원에서도 헤맸겠지만.
그러니 교정인 여러분, 치과 월 치료 가서는 무조건, 무조건 구체적으로 말해야 합니다.
나는 한달동안, 증상이 발생할 때마다 짧게나마 기록해두었다가 병원에 가서 말한다. 원장님께 말씀드리면, "아, 그건 해당 치아가 내려오느라 힘을 받아서 그렇다"거나 "치아 이동량이 많아서 힘들었을 것이다", "치아 뿌리가 마모됐네요.". "치석 때문인 거 같은데, 스케일링을 해야 합니다" 등 원인에 대한 이유를 말해준다.
내가 말안하면, 병원에서도 그냥 넘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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